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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의 유혹 - 지정저수지 2016.04.23아다간 붕어조행 2016. 4. 29. 16:12
일 시 : 2016년 4월 23일 오후 5시~24일 오전 10시
장 소 : 장흥 지정제
각지형 저수지로, 12만평 규모의 똑같은 저수지 두 개가 함께 있어
쌍방죽이라고도 불린다. 중앙에 있는
야산을 제외한 삼면이 제방으로 되어 있으며, 그 전역이 모두 포인트가 된다.
석축에서 낚시를 해야 하므로 받침틀은 필수. 주로 3.0칸대가 좋으며 미끼는
겨울철은 지렁이, 새우,
봄 여름 가을은 떡밥과 옥수수가 좋다.
날 씨 : 약간흐림..보름달
동행자 : 절친남
대편성 : 32대이상 장대 10대
조 과 : 월척언냐 두수- 놓친괴기 3마리(아쉬움이 너무 남네요...^^)
미 끼 : 글루텐
어디 산다는게 그렇게 만만한 것이던가?
내 등에 짐이 이렇게 무겁게 지어질줄은 미쳐 몰랐습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이 내 삶의 무게가 되어 나를 억누르지만
그건 바로 무게를 이겨내고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이 아닐련지?
낚시를 하면서 배운 기다리면 그님이 언젠가는 찾아 올거라는 믿음같은 것..
그런 믿음이 있어 오늘의 제가 존재 하는겁니다.
맘껏 물가를 찾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크나큰 행복인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물가를 찾아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는 것도 허울 좋은 명분이었습니다.
마음이 평온하기에 물가에 앉아 명상에 잠겨 삶을 즐길수 있었던 것입니다.
암튼
제 머리속으론 그렇거나 말거나
지금의 저에게는 물가에서의 하루의 안식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왕언냐를 품지 않으면 미쳐버릴것만 같은데...
자 ~ ~ ~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잠 못 이룬다면 아직 오지도 않는 시간을 가불해서 쓰고 있는 것이라는 명언을 위안삼아서 오늘은 여기서 맘껏 즐겨보자 하고 자위하면서 모든것 내려놓고 떠납니다.
조금 멀기는 하지만 왕언냐를 만날 확률이 높은 장흥 지정제로..
모든 일을 발아래 내려놓고 숨가쁘게 달려왔습니다.
열심히 가는 도중에 먼저 도착한 친구놈이 35짜 한 마리 잡았다고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와 더더욱 마음이 바뻤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주변을 둘러봅니다.
파란물!
멀리보이는 천관산의 풍경!
가슴이 확 트이네요.
저수지 전역에는 어제부터 온 꾼들인지 아님 아침 일찍 나선 꾼들인지는
몰라도 쫘~~~~악 깔렸습니다....살림망도 모두 담궈져 있고요..ㅎㅎ
시야에 들어 온대로 대충 훑어보아도 50명은 넘을 것 같습니다.
저수지 좌측으로는 해군들의 차량으로 진입로가 막힐 정도입니다.
작년 여름에 왔을때는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길이 물에 잠기지는 않았었는데..
모내기를 앞두고 수위가 많이 올라가 있네요.
오늘밤 저수지 한가운데서 왕언냐들과의 사랑을 속삭이기 위해
해군 출신은 차에서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땀 뻘뻘 흘림시롱 해군 함정을 완성하네요.
하지만 저는 해군의 함정도 부럽지 않습니다.
여기까지 와있는 내 자신이 좋기만 하거든요.
친구놈은 그래도 일견 좋아 보이는
앞에 뗏장이 듬성듬성 있는 곳에 점빵을 차려놓고 있네요.
아까참에 멋진 찌올림에 헛눈팔다 입질을 놓쳤다고 아쉬워합니다...ㅎㅎㅎ
그리고 그 옆으로는 광주에서 오신 노장꾼 두분이 자리를 잡으셨고요.
저는 그분들을 지나서 꺽어지는 곳에 자리를 잡을겁니다.
건너편 야산에는 취나물이 허버 많은 모양입니다.
친구놈이 화장실 갔다가 그곳에서 취나물을 뜯어 와서 저녁에 삼겹살에 취나물 쌈을 먹는데 그 향이 어찌나 좋은지 입맛이 확 돌아 소주 각1병씩 까고 자리에 앉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리인 케미컬라이트 “타~~악” 하고 부러지는 소리를 듣고 나니 어둠은 소리도 없이 찾아오네요.
옆 조사님들은 낚시는 접고 술판 벌려서 소주가 있네 없네...
술을 더 마시고 취해서 콕 떨어져서 새벽4시에 일어나 낚시를 하네 마네 하고
떠들고 난리입니다.
저는 그러거나 말거나 찌만 바라보다가 10시 10분경에 멋진 찌올림으로
저수지를 뒤흔들며 앙탈을 부리다 품에 안긴 왕언냐를 정말이지 떨리는 가슴으로 만났습니다.
모처럼 만나는 왕언냐인지라 너무나 황홀하고 흥분해서 하마터면 눈물을 보일뻔 했습니다.
다른 회원들은 4짜를 또 만났느니 어쩌니 하고 소식을 전해오지만
저의 낚시 취미는 왕언냐만 만나도 감격 그 자체입니다.
계측하니 31cm입니다...요로코롬 이삔 붕어 제가 잡은것입니다..ㅎㅎㅎ
멋진 찌올림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기다리니 지루하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감이 아쉬울뿐....
오늘이 보름도 아닌디 달이 허버 밝습니다.
그나마 다행히 옅은 안개가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지만요
저는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조과가 별로 안 좋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불안합니다.
몸은 천근만근으로 피곤하지만 저는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동녘에 걸려있던 달이 천관산위까지 이동하는 순간 까지도요..
이글을 보는 많은 사람들이 붕어낚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요?
낚시를 하는 동안은 평온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디에 구속을 받고, 누구에게 얽매이지 않은 평온함!
억지로 무엇을 하고자 함이 없이 지금 이 순간에 할 수 있는 대로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꾸미고, 없는 것을 있는 듯이 가장하지 않고,.......
안개 땜시 아침 일출도 제대로 못보고 어슴프레하니 날이 밝아 왔습니다.
그래도 물가에서 맞이하는 영롱한 아침 이슬!
맑고 밝은 마음으로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배려하는 푸른 삶의 향내음이 가득한
참 아름다운 아침입니다.
그리고 아침8시쯤 또다시 찌를 끄집고 들어가는 어신에 왕언냐를 한번더 보듬습니다.
온밤을 꼬박 지세운 피곤함이 한순간 날라가 버리네요...34cm 입니다.
그리고 10시경 46대에서 또 한번의 입질에 떨리는 손으로 낚시대를 움켜
쥐었지만 허망하게 끌려오는 목줄만 구경하고 맙니다.
낚시가게에서 바늘이 묶어진 것을 사서 달았더니 목줄의 바늘이 풀어지고야 말았네여..
너무 너무 아쉽기만 합니다.
정말 4짜같은 왕언냐 였을 것만 같은데요...이세상에서 제일큰고기는 놓친고기가 맞나봅니다.
온밤을 지세우고 달랑 두 마리 뿐이지만 좋기만 합니다.
행복한 하룻밤이었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정리하고 아니다녀간듯이 1박2일의 일탈을 마감 합니다.
아쉬움에 몇 번이고 뒤돌아보면서 ........
2016년 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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