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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의 유혹 - 2013년6월21~22일 조행기 (장성편)아다간 붕어조행 2013. 6. 26. 17:38
내게 있어서 낚시는 내 삶에 처방하는 가장 강력한 진통제다.
고통으로 가득 찬 이 세상을 순간
살아볼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신비로운 존재가 바로 낚시이다.
내가 견뎌야 할 모든 시련에 대한 보상으로
주어지는 주말낚시는 이제 나의 삶의 의미가 되어간다.
회사에 출근하여 벌써 주말을 그리워하며 창밖을 보니
회사 정원에는 빗방울이 소리 없이 내린다..
푸르름속에 촉촉이 젖은 나뭇잎이 싱그럽기만 하다.
이렇게 비가 내리면 주말에는 오름 수위의 특수를 누릴 수 있을련지?.....기대 만땅입니다.
회사 근처의 조그마한 소류지입니다.
낚시하고 싶은 마음에 살짝 들려봅니다.
푸른 물과 정수수초를 품고 있는 멋진 저수지...물론 왕언냐들도 놀고 있겠죠.
언제가 한번 케미컬라이트를 꺽어보리라...ㅎㅎㅎ
아직 낚시를 할 수 있는 주말은 멀었지만 작년 여름밤에 나에게 언냐를 만나게해준 저수지를 퇴근길에 둘러봅니다.
이슬비에 촉촉이 젖어가면서 뒷산에 안개를 품은 풍경이 한폭의 동양화 같습니다.
퇴근했으면 빨리 집으로 갈일이지 이게 뭐야?
뚝방에서 바라본 풍경.
상류에서 뚝방쪽으로..
상류 풍경..
.
.
.
.
드디어 그리움에 물든 불금의 날이 찾아왔습니다.
꿈에도 그리고 그리던 오늘 ...
출발합니다,
작은 사랑이어도
오늘도 또 다른 향기 위해
들꽃을 넘나들며
언냐의 향기를 찾아 길을 나섭니다.
더더욱 보고픔이 그리움 되었습니다.
저수지 입구에는 복분자가 주렁주렁 열려있습니다.
일견 좋아보이는 상류 자리에 가방메고 들고 낑낑대며 200여미터를 걸어왔습니다.
좌측으로는 정수수초가 자리잡고 정면으로는 마름풀이 깔려있습니다.
왕언냐들이 놀고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간편하게 4대만 펼칩니다.
좌로부터 22, 26, 32, 30 이렇게 포진을 합니다.
전을 펼치고 나니 노을이 찾아옵니다.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어 들뜬마음을 식혀줍니다.
한번의 설레임도 없이 어둠이 찾아옵니다.
이렇게 어둠이 찾아오는 시간에는
어린시절 해 질 녘 노을빛 속을 거닐던
빛바랜 추억이 떠오릅니다.
케미컬라이트를 꺽어 찌불을 밝히고 왕언냐를 마중할 준비를 합니다.
어둠속에서 두번의 찌올림속에 온몸은 흥분으로 젖었고..
온밤을 하얗게 지세우고 아침을 맞이합니다,
제자리 우측풍경입니다.
안개에 휩쌓인 풍경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봉부의 부지런한 손길이 느껴지는 모습입니다.
이런 정성이 헛되지 않도록
지나다니면서 콩잎하나라도 밟지 않도록 세심한 주위를 기울입니다.
잠시 교훈이 있는 이야기 하편 하고 갈렵니다.
옛날에 낚시꾼이 낚시를 하다가 미끄러져 물속으로 빠지게 되었습니다.
꾼은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산으로 끈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그 끈은 호랑이 꼬리였습니다.
호랑이는 무엇이 자기 꼬리를 잡아당기니 놀래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호랑이 꼬리를 잡고 육지로 올라온 꾼은 살기위해 호랑이 꼬리일망정 잡았지만 이제는 호랑이가 무서워서 꼬리를 놓았습니다.
이때 뒤돌아본 호랑이가 사람이 자기 꼬리를 잡은 것을 알고 몸을 틀었습니다.
꾼은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엉겹결에 나무위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며칠을 굶은 호랑이가 호락호락 물러날 리가 없었습니다.
몸으로 나무를 부딪쳐서 흔들기 시작 합니다.
온힘을 다해 나무에 메달려있던 꾼이지만 끈질긴 호랑이의 공격에 나무위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은건지 어쩐지 호랑이 등짝위로 떨어졌습니다.
호랑이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이지만 호랑이등짝에 올라탄 꾼은 죽기 살기로 호랑이 가죽을 붙잡고 버티고 있는데.
이때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농부가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새벽부터 X빠지게 일하는데 낚시꾼은 낚시하다 심심하니까 호랑이 등 타고 노는구먼
참 팔자 좋네“ ...이러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죽기 살기는 아니지만 이런 곳에서 낚시하고 있으면 농부의 눈에는 볼성사나울 수도 있으니 항상 공손히 대하고 농작물에 피해 없도록 하고 쓰레기 청소도 잘하여 ‘아니다녀간듯’이 낚시를 해야 겠습니다.
아침 물안개 속에 건너편에도 꾼이 꿈을 건지고 있습니다.
분위기는 최상입니다.
아침타임에 또 다시 입질이 있을 것 같아 잠시도 한눈을 팔수가 없습니다.
마음은 왕언냐를 마중하느라 바쁜데 옥수수 미끼를 물고 늘어지는 불루길.....
너무나 아쉬운 좌측 22칸대의 바늘...
대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바늘만 터졌습니다.
어제밤에 나를 흥분으로 몰아넣었던 왕언냐입니다...
그리고 준척들...
어제밤 온밤을 지세운 결과입니다..
붕어낚시를 좋아하고 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물가에서 만나는 사람 사람마다 마음이 예뻐서 좋습니다.
저수지 뚝방 위의 엉겅퀴꽃 같은 소박한 사람으로
마음 비우고 여유롭게 낚시를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워하면 만날 수 있나봅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 지나봅니다.
왕언냐를 향한 내 그리움이 그를 이렇게 만나게 하였습니다..
행복합니다.
마음속에 연분홍 설레임이 있어서 더더욱 행복합니다.
이제는
낚시할 시간이 모자라고 왕언냐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물가에 낚시대 드리우는 순간만은 행복하게 낚시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님들도 왕언냐 만나는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2013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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