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의 유혹- 해남 산이면 대진교 우측 1번수로의 추억
일 시 : 2016년 10월 29일~30일
장 소 : 해남군 산이면 대진교 우측 1번수로
날 씨 : 맑음-바람허버 많이
동행자 : 뜰채정의 직장 조우회원7명
대편성 :
조 과 : 36, 33, 32, 그리고 준척급 마릿수
미 끼 : 현장채집 새우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고 휘어지는 것은 부러지지 않기 위함이겠지요.
내 삶도 역시 거센 바람과도 같은 시련이 몰아칠 때마다 조금 흔들리기도 하고 더러 휘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원래 나무든 사람이든 조금씩 흔들리며 그렇게 성장하는 법일거라 생각하니까요.
내가 낚시를 좋아하는 이유는 언냐를 만날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힘든 일이 생겨도 조금만 버티면 주말이오고
주말이 오면 왕언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저절로 힘이 생겨나 이겨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상에서 상처로 얼룩진 마음으로 다가가도 물가에 찌를 드리우는 순간은 온통 행복입니다.
이번 출조는 뜰채정님의 회사 조우회에서 정출하는 해남군 산이면의 대진교 근처로 함께 가기로 하였습니다.
주소입력하고 네비 찍으니 108km .....예상도착시간 11시 19분
자 출발 합니다.
광주에서 만나서 차 한잔 마시고 지롱이 한통 준비해서 달리고 달려서 목포대교에 올라 탓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목적지에 도달할겁니다.
가을 하늘이 청명하게 너무나 맑고 높습니다.
바람이 약간 불어서 걱정이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렇게 왕언냐를 만나로 가는 길은 즐거움 그 자체이니까요.
고단하고 힘든 인생길이지만 내게도 내가 좋아하는 취미가 있음에 모진 어려움도 감내하며 달릴 수 있습니다.
수많은 세월의 흐름 뒤끝에 내 머리에 하이얀 서리가 앉고 얼굴엔 나무등걸과 같은 주름이 덮는다 해도 나는 이 길을 달릴겁니다.
광주에서 약 1시간 30분정도 달려서 목적지에 도착 하였습니다.
길게 뻗은 수로를 보니 가슴속까지 시원합니다.
가을걷이를 끝내고 갈대와 억세풀이 어우러진 들판
더위로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갈바람 !
멋진 갈대들의 춤사위 !
눈부시게 푸르른 하늘 !
솜털 같이 멋진 구름들 !
도심의 한 복판에서는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너무나 아름다운 가을 풍경입니다.
수로에 도착하니 바람이 너무 심하게 불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바람을 등지고
수로 중간부근에 일견 좋아 보이는 자리에 전을 펼졌습니다.
낚시대 열대 펴는데 2시간 걸립니다.
새우가 아직 채집되지 않아 지롱이 달아서 던지면 5치부터 7치 사이 방생 싸이즈의 붕어들이 바로 입질 옵니다.
낚시대를 한 대 더 펼 시간을 안주네요.
이곳은 마름풀이나 땟장이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물가에 갈대가 조금 있을뿐 거의 맨땅입니다.
현장 채집한 새우에 왕언냐들이 물고 늘어진다는 소식만 듣고 왔기에 옥수수는
밑밥으로 쓰고 제일 먼저 채집망은 담궜습니다.
제자리 좌측입니다.
평균 수심이 40~60cm입니다.
이렇게 낮은 수심에 붕어들이 모여들까 싶기는 합니다만
25, 29, 34, 36, 46대로 포진 맨바닥 이다보니 장대가 유리할 듯합니다.
언냐는 무조건 만날 것을 믿기에 살림망도 미리 담궈 둡니다.
우측입니다.
여기도 수심은 비슷하네요.
44, 40, 38, 36, 36, 29대로 멀리있는 갈대 옆에도 붙여봅니다.
우측 갈대밭 근처로 눈길이 많이 갑니다..ㅎㅎㅎ
그러나 왕언냐는 맨바닥에서 나왔다는 사실......
2시간 정도 담궜다가 꺼낸 채집망에 들어온 새우입니다.
색깔이 투명하고 맑은 백새우 입니다.
마침 미기로 쓰기에 딱 좋은 싸이즈 이네요.
그리고 새우미끼를 물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올라온 왕언냐
계측해보니 33cm입니다..꼬리가 길어서리.......ㅎ
깔끔한 외모에 땍깔은 어찌나 고운지!
낚시도 하나의 사랑입니다.
사랑은 함께 입니다.
그러나 왕언냐가 나와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수고도 나에겐 행복이니까요.
떨림으로 만났기에 어루만지고 바라만 보는 것도 좋지만
이순간의 기쁨을 다 표현 할 수가 없어 가슴이 아립니다.
준척급 언냐들과 사랑 놀음에 빠져 있는 동안 붉게 노을이 물들어갑니다.
갈바람에 출렁이는 갈대잎이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고 아쉬워하는 순간에도
어떤이는 찬란한 보석으로 치장하면서 행복해 하고 부귀영화로 기쁨을 누리지만
저는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부럽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무엇을 바라고 낚시를 했던 것이 아니라 시작할 때부터 작은 만남에 행복할 줄 아는 즐거움이 있었기에 물가에 있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행복이요, 기쁨입니다.
밤이 깊어갈수록 기온은 뚝 떨어지고 얼어붙은 몸은 이제는 난로에 의지 할때가 되었네요.
오늘밤 까만밤을 하얗게 지세울 때 나에게 따스한 온기를 보내는 고마운 불...
혼자있는 이곳에 어둠이 찾아와도 두렵지가 않습니다.
나와 함께할 찌불이 있고 설레임으로 만나야 할 그녀가 있기 때문에....
그녀만 찌불을 올리고 찾아와 준다면 맨발로 머나먼 길을 걸어야 한다 해도
오늘 만큼은 망설임과 두려움 없는 사랑을 할 것입니다.
이렇게 가끔씩 찾아와주는 언냐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오늘 제가 만나는 이순간은 가만히 있어도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닙니다.
몇일 전부터 왕언냐가 어디에 숨어서 놀고 있는지 여기저기에 안테나를 세우고 그곳의 언냐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항상 연구하고 준비하는 자가 만나는 값진 선물인 것입니다.
이렇게 물가에 있는 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아까워서 언냐들과 온몸으로 사랑을 나누며 온밤을 지세우는 사이에 멀리 여명이 비칩니다.
물가에서 맞이하는 아침!
오늘이 또 나에게 주어짐을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어제 밤에도 아침에도 원하는 만남으로 뜻하지 않은 행운이 찾아왔고
무탈하게 하룻밤을 보내고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함이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전까지는 낚시를 해야 할텐데 바랑이 살랑살랑 다시 불기 시작하네요.
뜰채정 일행은 회사에서 체육대회를 한다고 아침 일찍 모두 철수를 하고..
홀로남은 나는 언냐들과 힘겨루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낚시는 여럿이 왔을지라도 자리를 잡으면 혼자가 됩니다.
아쉽고도 아쉽지만 저도 불어오는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11시에 철수를 합니다.
아니다녀간 듯이 주변 청소를 하고 .....
나와함께 왕언냐를 만나기 위해 달려왔던 애마에 쓰레기만 몽땅 실고...
1박2일 동안 저의 손을 떨림으로 행복에 떨게 했던 언냐들입니다.
저에게는 잠깐 만나 차 한 잔도 마셔본적 없지만 행복을 주는
광주황금빛붕어 카페 회원님들이 있습니다.
생각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고 같이 있기만 해도 마음이 편한 님들
눈 한번 마주보고 미소 지은적 없지만, 닉네임만 보아도 정든 님들이 있습니다.
비록 직접 만나 본 적 한 번 없이도 본 그 이상으로 가슴을 설레게 토닥여주는그런 님들이
계시기에 저는 행복한 놈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은 조용히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겨진 주지스님은 항상 마음이 아립니다.
이번 카페정출에 물심양면으로 수고를 해주신 모든분들과
함께하여 즐거운 시간 같이했던 기억들 잊지 않고 소중히 간작하며
받은 것들을 기억하기보다는 늘 못다 준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으로 카페를 운영 할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2016년 11월 1일
광주황금빛붕어 카페지기 아다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