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간 붕어조행

붕어의 유혹 - 아다간 삼충각에서 월척언냐 만나다.

아다간- 2015. 11. 16. 15:10

일 시 : 2015년 10월 30일

장 소 : 화순 능주 삼충각앞 지석천

날 씨 : 맑음 (밤에는 무자게 추움)

동행자 : 홀로

조 과 : 왕언냐와 준척 두마리

미 끼 : 옥수수 지롱이 떡밥 (붕어는 전부 옥수수에 나왔음)

출조기

 

 

낚시!

언제 어디로든 떠나고 싶습니다.

언제 어디로 떠나든 설레입니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그나마 나에게 낚시라는 취미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준비부터 철수까지 낚시의 모든 과정이 행복입니다.

땀 흘리며 자리 만들고 대를 펴고 수면 위를 바라보며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시원한 캔맥주 한잔으로 달래는 순간들이 자연과 제가 하나가 되고

세상사 모든 시름을 잠시만이라도 잊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오늘은 이맘때 한두마리의 대물을 배출한는 화순군 능주면의 삼충각앞 지석천에서

왕언냐를 기다리는 살레임의 밤을 지세울계획입니다.

이 앞주에 낚시를 못했더니

낚시 한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 하네요.

제 낚시 애마는 아파트 주차장 한구석에서 낚엽속에 뭍혀 가을을 즐기고 있네요.

오늘은 콧바람 쐬러 나가자...!!!

대충 하루의 일과를 마감하고 집에 들려 도시락 챙기고

4시 55분 농산물 시장 뒷길을 지나갑니다.


화순 고가도로밑 낚시가게에서 지롱이 한통 준비하여 화순을 지나니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지 일보 직전 입니다.

시간은 이제 5시 15분인데....

마음이 바뻐집니다...초저녁에 한두마리 나온다던디...



삼충각이 있는 현장에 도착 하였습니다.

일단 좌우로 주변을 살펴봅니다.

삼충각은 인터넷 검색해보니

1593년 6월 제2차 진주성 전투에서 일본군과 싸우다가 순국한 최경회, 문홍헌, 그리고 이보다 앞선 1555년의 을묘왜변 때 달량포에서 전사한 조현 등 3인의 충절을 표창하기 위해 1685년(숙종 11)에 건립한 3동의 정려건물이라고 합니다.


삼충각 우측으로는 꾼들이 다섯분정도 있네요.

다들 낚시대를 서너대펴고 떡밥 낚시를 하는것 같습니다.

5시 30분인데 벌써 주변이 어둑 어둑 해지기 시작하니 마음이 바뻐지네요..


삼충각 좌측으로 한분이 있고요.


저는 삼충각 20미터 전방

물이 내려오는 통로가 있는곳에서 낚시를 하기로 하고 차량을 갓길에 주차를 합니다.

이곳 길은 일로로 천 옆으로 차를 주차하면 좋으련만

다른 차량들이 다들 우측으로 주차를 하고 있어서 저도 우측에 주차를 합니다.


벌써 밤이 엄청 길어졌습니다.

채비를 셋팅하고 나니 오후 7시 4분인데 한밤중처럼 어둡네요.

항시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낚시!

어둠이 빛보다 좋은 상황은 낚시 할 때 뿐 인 것 같습니다.

캐미컬라이트의 불빛이 수면 위를 가르는 찰라의 순간을 맞보기위해

어둠속에서 홀로 자리를 지킵니다.


7시10분 초저녁에 찌를 세마디 올리고 옆으로 살짝 째는순간 챔질

물살을 가르며 앙탈을 부리다 내품에 안긴 언냐!

모처럼만에 만나는 왕언냐라서 그런지 온몸이 떨려 오네요.

장미가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어찌 언냐의 아름다움에 비하리요.

꿀이 달콤하다 한들 내가 너를 만남만큼 달콤하리요.

왕언냐는 내게 있어서만큼은

꽃 중에 꽃,

꿀 중에 진한 꿀이며

내 가슴을 불타게 하는 용강로에 타오르는 불꽃입니다.

오늘밤 뭔일 낼것 같은 예감이...ㅎㅎㅎㅎ

이 짜릿한 순간이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아니 되도록 현재의 고난를 빨리 극복하고

열심히 준비 하고 힘을내어 기필코 재기하여..

언냐를 만나는 일들을 게을리 하지 않으리라 다짐해 봅니다.


맑은 햇살이 길목을 돌아 코끝으로 스며드는데

속삭이는 바람이 가을 길을 열어가더니 어느덧 물가의 밤은 겨울이 된것 같습니다.

왕언냐를 만난 기쁨을 카페의 실시간 조황에 올리고 회원들의 격려를 받고 나니

허걱~~~~~~~~~

이게 뭐야?

저녁 8시 50분쯤에 보름달에 가까운 큰달이 떠오르더니 주변을 환하게 밝힙니다.

보름달이뜨면 붕어가 잘 안나오는디....오늘 이제 땡 쳤다.

모처럼 출조를 하다보니 엇그제가 보름이었다는것도 잊었네요..

밤이 깊어가니 주변에 낚시하던 꾼들은 하나둘 모두 철수를 하고

이곳 냇가에는 건너편 릴꾼과 저 뿐이네요.

올 가을은 가슴이 많이도 아픕니다.

아프지 않게 해주라고 밤하늘의 별들에게 외쳐보지만

듣는이 들어줄이 없어 더더욱 아프네요.

이렇게 찌를 바라보는 순간만이라도

아픔을 잠시 묻어 놓아도 좋으련만...

코스모스 한들한들 예쁘게 춤추고

빠알간 고추잠자리 임 찾아 맴돌고

깊어가는 밤 따라 소쩍새 슬피 우니

황금물결 들판에 서있어도 서럽게 아프네요...

한밤중에 몇번의 설레임 속에서

물살을 가르는 준척급 언냐를 두번 더 만나고

의자에 앉아 잠깐 조는듯 마는듯 꼬박 밤을 지세우고 나니 아침이 찾아 오네요.

물안개가 피어 올랐으면 더더욱 좋았겠지만

잔잔한 바람결에 세상은 밝아오고.

왕언냐를 한번만 더 만났으면 하는 기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하루를 맞이 합니다.

밤 사이에 수량이 불어서 수심이 1M정도 올라가는 바람에

자리를 세번이나 끌어 올렸습니니다.


동이트고 아침 첫인사를 요놈이 하네요....


아침 바람이 살랑 살랑 불어와 밤새 긴장했던 나의 온몸을 어루만지고 지나갑니다.

이제 태양이 대지를 비추면 아쉽고도 아쉽지만 이곳에서의 꿈울 접어여 할것 같습니다.

드디어 눈부시게 밝은 태양이 산위에서 얼굴을 내미네요.

언제 어디에서 맞이해도 좋지만 물가에서 맞이하는 해돋이는

저에게는 항상 감격 그 자체입니다.

이런 하루를 여는 것이 또한 행복이고요.

 

장비를 접고

어제 나를 이곳에서 온밤을 하얗게 지세우게 만들었던 언냐들을 기념 촬영 해봅니다.

인생은 나그네길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그 말

모두 맞는 말인줄 알면서

설마~! 나는~! 이란 기대속에 살아갑니다.

인생은 나그네길 어데서 왔다가 어데로 가는가?

낚시를 하면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낚시 실력이 좋은 사람..

무엇을 물어도 친절한 사람..

얼굴은 몰라도 다녀간 흔적을 남긴 사람..

저는

수많은 꾼들 중에서도

만나고픈 사람은 아니다녀간 듯 다녀간 사람입니다.

왔다간 흔적을 남긴이는 제가 만나고픈 사람이 아닙니다.

오늘은 이곳에 다녀간 이들이 아니다녀간듯하여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저도 제가 하룻밤 머문 자리를 아니다녀간듯이 흔적을 치우고

길위에 딩구는 쓰레기 마져도 제가 치워 버렸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좋은 일을 하는 게 이런 기분일까요?

오늘 집으로 가는 길은 왕언냐를 만났을 때보다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우리 님들 다녀간 흔적을 남긴 사람이 되지 맙시다.

그리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머물다간 흔적 마져도 우리가 치워버리고

맑고 깨끗한 자연을

후배 조사들에게 되돌려줍시다.

2015년 10월 마지막날....아다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