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의 유혹 - 장성 수각제에서..
그대라는 선물이 고맙습니다.
그대 앞에 모든 것을 내려 놓고서
영원히 사랑할 것을 약속합니다
그대가 내 삶이기에
이번 출조는 조용한 곳에서 쉬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고자
꾼들로 바글바글하고 4짜가 드글드글 나오는 곳도 마다하고
장성 산속의 조그마한 계곡지를 찾았습니다.
이렇게 경기도 안좋고 마음도 신난 할 때 낚시라는 취미활동을 통해
"더 좋은 삶"이 아니라 최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낚시 다닌 친구는 새벽에 바다낚시를 떠났기에
새벽에 일어나 마나님이 챙겨준 도시락 들고 혼자 길을 나섭니다.
산속이라 무섭겠지만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으려니 하고요.
도착하여 제일먼저 저수지를 둘러봅니다.
저수지 입구 좌측입니다.
푸르름이 가슴속까지 시원해 보이지 않은가요?
이런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은 낚시를 취미로 하는 저의 행운입니다.
한여름 날에도 하루 종일 시원한 그늘과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는 곳이지요.
좌측에서 우측 상류쪽을 바라보는 풍경입니다.
아직 해는 떠오르지 않았고 저수지에는 사람이 머문 흔적이 없습니다.
오늘은 혼자 저수지 전체를 전세 내서 조용한 시간을 갖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밤 꿈을 드리울 자리입니다.
산곡 계곡지라 아직 붕어의 산란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물색도 좋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들뜬 머리도 식혀주고 너무 좋습니다.
온몸이 떨리는 전율을 느끼면서 셋팅을 완료 했습니다.
이렇게 물가에 앉으면 나는 늘 무언가를 찾습니다.
더 큰 것, 새로운 것 그리고 더 아름다운 것....
나는
이 "더" 때문에 늘 바쁘고 외롭고 불안하지만
만약 내가 "더"가 아니라 최고를 찾는다면 나는 4짜터를 찾아가지 이곳에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낚시대 셋팅 중에 올라온 왕어냐입니다...31cm
이 언냐 땜시 전을 펼치는 나의 손은 더더욱 바빠졌었습니다.
이제 왕언냐를 만났지만
또 다른 욕심으로 또다시 기다립니다.
이쁜 언냐를 어루만지면서도 갈증 나는 빈곳이 있어
이렇게 또 다른 언냐를 기다리는 나는 바람둥이 인가?
수초사이를 넘나들다 내품에 안기는 찰라에 물살을 가르는 앙탈로
이곳을 찾는 나에게 행복을 준 왕언냐는 찬이슬 비바람을 참고 견디어
따뜻한 새봄에 활짝 핀 한송이 야생화처럼 아름답습니다.
오늘밤 왕언냐 들과의 유희의 시간을 기대되게 해줍니다.
전을 다 펼치고 나니 현지꾼 한분이 들어오시네요.
이곳에서 약 2주정도 떡밥으로 언냐들을 유혹했지만 아직 한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제가 잡아놓은 붕어를 보시더니 서둘러 건너편에 전을 펼치네요.
왕언냐가 또 한사람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낮에는 한여름 날씨처럼 덥네요.
잠시 그늘로 들어와서 흘린땀을 딱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언냐 땜시 찌에서 시선을 떼지 못합니다.
내 맘 묶어 놓고 내 눈을 고정하고 그대 곁에 머물게 함은
나를 사랑함인가요? 아니면 나만의 짝사랑 인가요?
여기서 멋진 찌올림을 봤습니다.
잽싸게 달려갔지만 수초를 감아버린 왕언냐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습니다.
자리를 지킬때는 소식도 없더니 잠시 이곳에서 쉬는 사이에...흑흑..
너무 아쉽습니다. 낚시란 이런 것...
어둠이 찾아올쯤 두명의 꾼이 더 들어와서 내 살림망을 보더니
옆자리에 살림을 차립니다.
이분들은 밤낚시를 한다고 하니 오늘밤 무섭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완도로 바다낚시 간 친구는 감성돔 4짜 몇 수 하고 철수하여
내가 혼자 이곳에 있는 줄 알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온다고 합니다.
고맙고 좋은 친구(중학교 동창인데 고딩 때는 제가 다니는 학교는 아침에 잠시 들렸다가
그 친구 학교에서 살다시피 해서 그 학교 졸업했다 해도 믿을 겁니다.) 입니다.
낚시를 같이한 친구라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ㅎㅎ 부러워 마십시요. 부러우면 집니다.
친구는 마땅한 자리가 없어서 저수지 초입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나 땜시 왔는데 자리가 마땅치 않아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나는 못 잡아도 친구는 잡았으면 하는 마음인데요.
저는 낚시를 가면 일행이 온다고 하여도 자리를 잡아놓지는 않습니다.
저수지가 내꺼도 아닌데 먼저 오는 사람이 일견 좋아 보이는 자리를 선택 하는
것이지 이곳은 내가 찜한 자리라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 하니까요.
물가에는 여럿이 있지만 찌를 응시하고 앉으면 홀로 낚시를 해야 합니다.
우리네 삶도 그렇듯이 전체 속에서 빠져나와
홀로 설 수 있는 연습을 낚시를 하면서 합니다.
초저녁에 불어오던 바람도 이제는 조금 멈추고......
11시쯤 건너편 꾼은 자리를 떠나고..
저와 친구는 혹시나 찾아올지 모르는 왕언냐 땜시 온밤을 꼬박 지세웁니다.
지울 수도 보낼 수도 없는 불가무 인연도 생의 인연 따라 잠시 왔다가 떠나는 것인지?
낚시를 통한 긴 여행속에 기다림의 망월은 상념 속에 묻혀갑니다.
밤새 한번의 셀레임도 없이 물안개는 피어오르고
아직은 산란전이라 시기가 이른 것 같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왕언냐를 저수지 전역에서 만났었는데 올해는 좀더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습니다.
이른 아침 풀잎에 맺힌 이슬방울처럼 겹겹이 촉촉 쌓인 하얀 그리움
어젯밤 기나긴 기다림의 의미를 알고 있다면 낚시대의 현을 울리며
찾아 올 것만 같았는데.......야속한 님은 소식이 없었습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펑펑 쏟아질 것 같은 그런 심정이 되어보신 기억이 있으신가요?
누구도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고 위로해줄 이가 없어서
긴 밤을 혼자 지새우며 물안개 피어오르는 물가에서 아침을 맞이 한적이 있으신가요?
때문에 이런 순간들을...
언제 부터인지 마음속 한 곳을 비워놓고
가장 소중한 보물인양 담으려 합니다.
가슴에 무한정 담아 두어도 세월이 흐를수록
진한 여운으로 다가오는 그리움....................
내 맘 묶어 놓고 내 눈을 고정하고 그대 곁에 머물게 한 여인
나를 사랑함인가요?
볼수록 어여쁜 그대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며 아쉬운 이별을 고합니다.
내가 가진 것 내가 하고 있는 것이 행복임에도 자꾸만 다른 사람과 비교 하는데서
행복의 양은 줄어든 것 같습니다.
비록 꽝일지라도 좋은 조우들과 그리고 자연과 함께 함이 좋은 그런 취미생활이 되었으면 합니다.
2015년 5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