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다간 붕어조행

붕어의 유혹 - 2013년5월25~26일 조행기 - 친구와 낚시힐링 3편

아다간- 2013. 5. 31. 16:04

 

일  시 :  2013년 5월 25~26일

장  소 : 해남 흑두수로

날  씨 : 맑음

동행자 : 이조사

조  과 : 월척(33cm)한수 준척 20여수

씨  알 : 준척부터 허리급(35cm)까지

미  끼 : 새우 지롱이

 

주말에는 1박2일 일정으로 멋진 여행을 떠날 겁니다.

왕언냐를 만나러 갈 겁니다..

낚시에 필이 꼿힌 친구놈(이조사)도 이제는 같이 데려가 달라고 통 사정을 합니다.

그래 같이 함 가 보자...


25일 낮 12시에 만나서 같이 출발하기로 했는데.

저는 새벽부터 일어나서 바쁩니다..

낚시를 떠나기 전의 시간은 왜 이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1박을 해야 하니 챙길 것이 많습니다..하나하나 메모를 해봅니다.



달리고 달려서 찾아간 목적지 근처입니다.

끝도 보이지 않은 넓은 들판에 갈대와 풀들로 푸르름이 물씬 풍깁니다. 

 

 

 

금호호의 넓은 호수의 맑은 물입니다.

물만 보면 가슴이 뛰는 나!

이렇게 평온하고 한가로운 마음이 얼마만인 줄 모르겠습니다.

세상이 넓고도 넓게 보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 아름답게, 풍요롭게, 자비롭게, 평온하게 보이나 봅니다.


금호호의 넓고 맑은 물처럼.

옳은 길로 걸어가려 하니 세상이 만만치 않지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나 당당하게 걸어갈 수 있는

자신감으로 힘차게 살아가리라 다짐을 해봅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일견 좋아 보이고 낚시하기 편한 곳에 꿈을 펼쳐 봅니다.

(친구 놈을 옆에 붙여놓고 같이 낚시를 해야 하니 더 좋은 곳은 욕심을 버립니다.)


물밑아래 내 사랑을 떠올리니 손놀림은 분주해집니다.

좌로부터 30, 29, 27, 34, 32, 32, 22. 이렇게 7대로 수초를 넘겨 왕언냐를 유혹해 볼렵니다.

건너편에도 이곳에서 꾼들이 꿈을 날리고 있습니다.

동시대에 같은 꾼으로서 같은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인연인줄 모릅니다.

억겁의 인연으로 만난 우리들

서로를 위하고 감싸고 배려하며 아름답고 소중한 만남으로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래봅니다.

 

 

제 자리 좌측 포인트입니다.

오늘 이쪽에서 사고를 칠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곳에서 왕언냐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  감격과 행복 가득한 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만 보면 가슴이 뛰는 나!

그러나 물위에 떠있는 찌를 보노라면 이내 마음이 평온해 집니다, 

 

 

 

제 자리 우측 풍경입니다.

푸르름으로 뒤덮인 물가에 꾼들이 하나둘씩 모여서 꿈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들도 기다림의 모든 시간을 모아 순간의 챔질로 승화하고자 하는 기대로

꿈을 드리웠겠지요? 그게 욕심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_()_ 

 

 

 

제자리 우측에 친구도 나름대로 꿈을 던져놓고

그늘을 만들어 왕언냐를 유혹하는데 집중 할려나 봅니다.

5월인데도 살림펴는데 구슬땀이 흘러내립니다..

반팔티를 입고도 더워서 다 벗어버리고 싶습니다..

 

 

 

수문 입구에 우리도 꿈을 펴보고 싶었던 곳이었는데 왕조사님이 자리를 잡아

꿈을 날리고 있네요..

이곳에서 밤새 허리급 왕언냐들의 물살을 가르는 철푸덕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었습니다...(36.37급 과 7~9치급 다수)

 

 

이곳은 물가에 물풀이 밀생하여 수풀 속에서 가스가 발생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초에서 최소한 1m 이상은 떨어지도록 찌를 세워야 한다는군요. 

모두가 장대위주로 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곳에 붕어의 개체 수가 많기는 많은가 봅니다..

수많은 날 꾼들을 흥분시켰음에도..그도 모자라 누군가 수로 중간에 삼각망을 설치했네요.

 

 

찌를 한마디 올리다가 바로 끄집고 들어가는 입질에 강한 챔질을 하니

온몸에 느껴지는 짜릿함....그러나 수면위로 고개를 내민 놈은 가물치!!!!...밉다 미워! 

 

 

 

간절한 기다림 속에 꼭 만나야한다는 생각에 만남은 기약도 없는데

자꾸만 시간은 흘러 아쉽기만 합니다.

낚시터에서의 시간은 왜 이리도 빨리 지나가는지?

님들도 그런가요?

나만 그런가요?

 

 

 

 

 

 

 

친구에게도 시작과 동시에 입질이 찾아 왔습니다.

왕언냐들은 물골을 타고 회유하지만 먹이활동은 수초지대에서 이루어진다고 알기에

수초 옆을 노리라고 했더니 초보조사 친구에게는 붕애가 걸리네요..

붕애를 올리고도 너무 좋아합니다.. 좋은 꾼이 될 것 같습니다.

한달 사이에 7~9치급을 많이 잡아본 친구라 붕애는 바로 방생을 합니다.

 

 

 

저에게도 또다시 작은 찌 올림에 입질이 찾아왔습니다.

왕언냐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물살을 가르는 대형급 동자개를 보자 흥분된 가슴이

급 실망으로 변해 버립니다. 

 

 

 

친구놈에게는 두 번째 입질에 7치급의 이삔 붕어가 찾아왔습니다.

친구놈 입 좀 보십시오...ㅎ ㅎ..붕어보다도 입술이 예술 입니다.

새우를 물고 올라온 놈이라 찌맛 손맛 눈맛을 모두 전해 줬습니다.

이놈 이제 주말만 되면 나를 졸라서 낚시가자고 할 것 같은데...

나만의 조용한 시간을 갖고 싶은 날은 어쩌면 좋을지 지금부터 제가 더 고민됩니다.

 

 

 

어둠의 시간은 길고도 길기만 합니다.

시간은 머물 수 없는 것...

하지만 찌불을 바라보는 순간들은 짧아 아쉽기만 하다.

 

 

 

저녁 9시경 새우 미끼를 달아 논 좌측 1번 대의  찌가 소리 없이 어둠을 뚥고 올라옵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숨이 멎어 버립니다. .....정점에 달합니다...

그동안 모아온 시간들이 순간의 강한 챔질로 이어집니다.

물살을 가르는 강한 저항에 온몸에 전해지는 짜릿한 전율.....

느낌만으로도 왕언냐임을 직감 할 수 있습니다.

온몸이 떨리고 있습니다...새우 꿔는데 진짜 손이 떨려서 안끼워집니다.

 

 

 

온밤을 하얗게 지세우고 새벽을 맞는다.

친구 놈이 허탈해한다.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자동빵으로 걸린 대물이 수초를 감았기 때문에...

기다림의 댓가가 줄 떨어진 낚시대란 말이냐?

아쉬움과 허탈함이 이 시간을 채웁니다....떨치고 나한테 화풀이 자기낚시대 안봐줬다고 헐~~

 

 

 

아침 햇살은 구름 속에서 빛을 잃었지만

수면위에는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너무 좋다.... 이런 상황이 예전에도 있었던 것처럼 몽롱하다.

 

 

새벽녘에 본수로에 담궈 두었던 새우망을 보러가는 길에 멀리 보이는 풍경을 담았다.

아침 안개에 휩쌓인 상쾌하고 맑은 공기를 이곳이 아니면 어디에서 느끼랴?

어린시절 소 풀을 뜯기기 위해 새벽길을 나서던 그날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른다.

 

 

청초하고 푸른 풀과 나무는 비온 후에나 볼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새벽이슬이 맺힌 풀들이

이토록 청초하고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 느끼는 것 만으로 낚시를 통한 힐링이 아닐련지? ...마음이 넓어집니다.

 

 

해는 중천에 떠올랐지만.

짙은 안개 속에 가려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아침 바람도 산들산들 불어주고 아침낚시하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건너편에는 푸드득 푸드득 연신 물살을 가르지만 우리는 조용합니다...

 

 

길고긴 어둠의 시간을 건너

내품에 안긴 왕언냐!

그도 나도 서로를 온몸으로 온밤을 하얗게 지세우면서 사랑해 버렸습니다. 

백옥보다 고운 몸으로 쭉쭉빵빵 몸매를 부끄러워하며 까만 밤

내 품에 안긴 왕언냐!

부끄러움에 애꿋은 손톱만 깨물며 두눈으로 힐끔힐끔 나를 쳐다보는데

왕언냐를 품에 안고 어루만지던 이놈은 세상을 다 얻는 듯한 황홀함에 밤새 애간장이 녹아 내렸습니다.

 

 

 

1박2일의 출조를 마치고 새로운 시간 속에 내 꿈을 다시 던져봅니다.

또 다른 꿈으로 다시 찾아오마 약속하면서.....

찌를 응시하는 시간들은 기다림의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한가?

덩어리 한 마리만 올리면 조회 수 팍팍 오르면서 다들 입이 쩍! 벌어지는 것을....

허나 나는 붕어를 만나고 싶다.

작은 붕어들 일지라도 만나고 만나다 보면 그 속에서 내가 추구하는 즐거움을 찾고

행복에 젖어 진정한 휴식과 힐링을 할 수 있기 대문에......


조행기를 올린 후 댓글을 보는 재미도 조행기를 계속 올리게 되는 동기가 됩니다.

그러나 바쁜 일상 때문에 댓글에 일일이 답장을 하지 못함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2013년 5월 26일